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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어린이대공원 사자 두 마리가 사육사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 발생 합니다. 그 사자들이 다크와 해리입니다. 

이 사고 직후 다크와 해리는 폐쇄된 방 안에 갇히게 됩니다. 

해리(2010년생,암)와 다크(2006년생,수)는 지난 3년이 넘는 시간을 불과 8평 남짓의 콘크리트로 폐쇄된 방 안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해롱이(2016년생,암)라는 새끼 사자가 태어납니다. 
해롱이는 태어나자마자 바깥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채 방 안에 갇혀 살게 되었으며 설상가상으로 비타민A 결핍증으로 2년째 약물 치료를 받는 가운데 약간의 보행 장애와 뇌가 위로 솟아 있는 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 사회가 근본적인 문제점을 묻고 대응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은 야생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두는 전시시설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만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동물, 특히 맹수를 가두고 전시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위험 역시 내포하고 있습니다. 
단지 인간의 볼거리 충족을 위해 정신적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의 전 생애를 가두는 것에 대한 윤리적 성찰이 부족할수록, 그 동물들이 느낄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성도 크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됩니다. 
이는 비단 어느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전시동물을 관람하고 즐기는 것을 허용하는 우리 사회가 공통으로 가져야 할 책임의식입니다.
 
그 첫 단계로서 실효성 없는 현 동물원법의 전면 개정이 우선돼야 합니다. 동물의 반입 반출과 관리 기준을 보다 엄격하고 세부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더불어 전시 부적합 동물과 위협적인 종을 선별해 전시동물의 종(種)을 제한하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현재 사육 중인 동물의 관리 기준은 인간의 안전을 위해서도 동물의 생태적 환경을 최대한 보장하여 동물들이 갇혀진 공간에서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후속 조치들이 마련돼야 합니다.  
  

< 콘크리트 어둠속의 다크 >


< 무기력한 해리와 호기심 많은 해롱이 >


TWAS의 설립자이자 총책임자인 Pat Craig로부터 사자들을 받아들이겠다는 확답을 받은 후 동물자유연대는 3월 말부터 어린이대공원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고 어린이대공원도 성실하게 임해주었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사자들을 내실에만 가두어 두고 보는 사육사들의 마음 또한 늘 편치 않았기에 세 마리의 사자들이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는 것에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자들을 낯선 해외로 이주시키기 위해서는 더 철저하게 논의하고 준비해야 하는 과정들이 필요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사자 이주는 미국의 겨울을 대비하는 적응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6월 내 이주를 추진하기로 협의하였고, 이에 따라 어린이대공원에서도 분주히 준비하는 가운데, 6월 26일 사자 이송을 위해 TWAS의 Pat Craig 등이 한국을 방문해 최종적인 이송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수개월 간의 노력은 지난 달 드디어 결실을 맺었습니다. 
6월 27일 밤 11시 화물 항공기에 의해 세 마리의 사자들이 한국 땅을 떠났습니다. 
운송 상자에 넣기 위한 마취에서 항공기 탑승까지 13시간, 로스엔젤레스 공항까지 항공기로 11시간, 로스엔젤레스 공항에서 검역과 반입승인을 지나 덴버 생추어리까지 육로로 17시간, 영문도 모른 채 비좁은 박스에서 총 41시간을 견뎌낸 사자들은 6월 29일 저녁(한국 시간) 무사히 새로운 보금자리에 도착했습니다.
 
이에 앞서 이송을 앞두고 어린이대공원은 사자들이 장거리 여정을 견뎌낼 수 있도록 사자들 몸 상태 관리에 노력했으며, 마취와 케이지에 넣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뮬레이션을 여러 차례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TWAS의 대표 Pat과 관리자 Casey는 이송 당일에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자들의 이송을 위한 준비를 함께 지켜봤습니다. 
전문가들이 이렇게 안전 운송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동안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밖에서 사자들의 안전 이송과 사자들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며 지켜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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